시즌1_111일차(타직 8일차/20160902 금요일) 랑가르~주그반드까지 이번 여행 중에 가장 힘겹게 많이 걷다.

시즌1_111일차(타직 8일차/20160902 금요일) 여행2_염춘요새로 오르며 시지프스의 고통을 체험하다.
나에게 명령을 내렸다. "프랑스 커플을 조심하라" ㅎㅎ
랑가르(Langar)에서부터 주그반드(ZUGVAND)까지 20kg이 넘는 킬리 큰 배낭과 6kg이 넘는 잭 울프스킨 소형 배낭을 앞뒤로 메고 12km를 걸었다. 점심식사를 하고 주그반드에서 염춘까지는 슈라 할머니가 소개해 준 합승차량으로 이동, 그리고 다시 얌천에 도착해서는 얌천 요새(Yamchun Port)아래 숙소까지 지그재그 오르막 경사길을 7km를 더 걸었다. 

확실한 약속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춀산베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기로 정해져 있었다.
올라가면서 나타는 2개의 호스텔을 거치면서 그들의 흔적을 찾았더랬다. 첫번째, 두번째 호스텔에 그들은 없었다.

이날 나는 나를 뒤에 두고 먼저 올라가버린 프랑스 매튜(Mattieu)/로렌스(Laurence) 커플을 마음 속으로 저주했더랬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아주 시시하고 근본없는 저주였다.

'프랑스 커플들은 거개가 참 이상한 커플이다. 프랑스 인간들(마음속으로는 년놈 이라는 과한 표현까지 썼다)은 자신들의 생각과 사고방식이 최고인 줄 아는가보다. 하여튼 솔로 여행자는 다른 솔로 여행자나 동성여행자와 뭉쳤을 때 훨씬 최종결과가 잘 나오는 듯 하다. 커플은 결국 지네밖에 모른다. 특히나 간빼먹기 좋아하는 프랑스 커플은 조심하라.'

'프랑스 (년놈) 커플은 참 이상하고 요상한 인간들이다. 그래도 이리도 낯선 여행지에서 인연을 맺은 동료를 후미에 남기고 지들끼리만 먼저 올라가다니?'

커플지옥 솔로천국을 외치며 한발작 한발작 발걸음을 내딛었다. 고통이 심해지자 프랑스에서 아래로 내려와 이탈리아까지 저주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놈들은 지네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유물/유적이 많고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서인지 쓸데없이 아드레날린이 넘치고 과한 자신감을 내보인다.'

그런데 다음날 이 매튜/로렌스 커플을 얌천요새(Yamchun Fort)에서 다시 만났다. 그리고 인연은 이어져 함께 파미르 고원을 넘었다.

# 스멜즈 라이크 틴 스피리트(smells like teen spirit)
계속 걸었다. 짓눌러오는 어깨와 이상이 발생하는 측면 장단지의 고통. 왼쪽 정강이 약간 위쪽 장단지에 피로골절이 왔다. 젊은 시절 특전사 군대생활에서도 이정도까지 힘들게 걷지는 않았던 듯 싶다. 아니 그때의 고통이 되살아났다. 그런 고통 속에서도 열이 받았던지 담배까지 여러 대 피웠다. 아래로 펼쳐지는 경치를 바라보면서 피가 지금보다는 훨씬 더 뜨거웠던 20대 중반 군대시절의 그때 모습으로 잠시 돌아온 것만 같았다. 그런 느낌을 받았더랬다.

등성이를 휘감은 지그재그 산길. 30대 초반에 많이 듣던 팝송 Nirvana의 노래 제목이 생각났다.

"smells like teen spirit"

45세에 10대/20대나 할 짓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라니... 뭔가 10대나 할 무모한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무게의 배낭을 메고 이런 오르막길을 계속 오르고 있는 나 자신이 말이다. 형벌을 받고 있는 시지프스인가?

10대 후반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친구들과 진해에 놀러갔고 돌아오는 길에 들렸던 조치원. 그 시절과 그 공간에서 맡았던 raw하고 fresh한 내음, 그때의 아리아리한 설레임과 날것의 상념들이 내 주변을 서성거리는 것 같았다. 

징글맞게 힘들었다.
배낭은 점점 더 무거워졌고 어깨를 짓눌렀다.
3번 정도 경사길 야트막한 돌담, 튀어나온 바위에 큰 배낭을 걸치고 쉬었던 것 같다.
손에는 10년 묵은 5D mark2 DSLR 카메라까지 쥐고 있었다. 그 와중에 작은 배낭 앞주머니에는 소니 RX100 M3까지 준비시켜 놓고 말이다. 
이순간 위로는 간간히 내려다보이는 저 강물과 그 뒷편으로 펼쳐지는 아프카니스탄쪽 풍광이었다.



▲ 지그재그 오르막길



▲ 얌천 마을 소녀



# 더 올라갈 수도 없는 내려가기에도 뭐한 형국에서 
드디어 매튜와 로렌스 커플과 만나기로 했던 춀산베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냈다.
올라가는 길에 두개의 게스트하우스에 들러서 물었다. 여기가 춀샨베 게스타하우스 아니냐고. 그곳들은 약속한 곳이 아니었다.

이제 어스름이 몰려오는 시간. 세번째 당도한 게스트하우스는 우리가 약속했던 숙소가 맞았다. 하지만 주인장 얘기로는 서양 커플이 이곳에 들르긴 했지만 머물지 않고 계속 위로 올라갔다고 한다. 그들은 거기에 없었다. 프랑스 커플 매튜와 로렌스에게 팽당한 기분이었다.

춀산베 게스트하우스를 나와서 이미 어두워져 가고 있지만 좀더 올라가보기로 했다.
이제 핸드폰 불을 켜고 걸어야할 정도였다. 네번째 게스트하우스 지점까지 왔는데 이제 체력도 시간도 한계에 도달했다. 
그런데 네번째 나타난 게스트하우스는 폐업인지 사람도 없고 불도 켜져있지 않았다. 여기서 더는 올라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저녁 8시가 넘어 이미 사방은 너무 어두워졌다. 고민에 빠졌다. 그래서 다시 세번째 게스트하우스였던 춀산베 게스트하우스로 도로 내려오는 것으로 결정했다. 


# 나를 당황케 한 러시아 커플(?)이 아니라 또 한쌍의 프랑스 커플 (욕이 나왔다. 또 ㅈ나 이상한 커플을 만나다)
춀산베 게스트하우스에 대충 짐을 풀고 거실로 들어가니 서양 커플이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다.
나는 대번 그들이 러시아 커플이라고 여겼다.

여기서 좀 황당했던 게
다른 여행자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 숙소에 도착해서 자신들 밥상머리에 옆에 앉으면 Hello라고 인사 정도를 먼저 해야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먼저 인사를 했는데 이 둘이 답례인사가 없는 것이다. 멀뚱하고 멍청한 얼굴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지들의 밥상머리로 관심을 돌려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혼자 웅얼됐다.
'you two look very stupid'  '너히들 참 바보같아 보여'라고.

내가 게스트하우스 주인장과 얘기를 나누다보니
옆에 있던 그 러시아 커플 중의 남자가 내가 한국인인 것을 알게 됐는가 보다.
그가 그때부터 아는 체를 한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들은 러시아 사라들이 아니라 프랑스 사람들이었다. 미친다 미쳐. 하루에 연달아 프랑스 두 커플에게 쌍으로 당한 기분이었다. (나중에 호로그에서 파미르 하이웨이를 넘기 위해 출발하는 지점에서 이 커플들을 다시 볼 수 있었는데 매튜/로렌스 커플들과 아는 사이였다. 그래서 매튜에서 물었다. "재들 러시아 얘들 아니야?" 매튜가 말했다. "아니야 프랑스 사람들이야" 

이 커플과 매튜/로렌스 커플과 여행길에서 만나 서로 알고 있는 사이였다.

# 어렵게 도착한 춀산베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 빈대에 된통 물리다.
이날 춀산베게스트하우스 입구쪽에 위치한 구석에서 자리깔고 잠들었는데....
그 다음날 확인해보니 빈대에 된통 물린 것이다.

여하튼 춀산베 게스트하우스 빈대놈들 때문에 파미르 하이웨이 중간 휴식지 무르갑에서 가지고 있는 옷을 몽땅 빨아서 햇볕에 말려야 했다. 타지키스탄의 경우 빈대에 물렸을 경우 따로 준비해온 빈대 퇴치제 등이 없으면 답이 없다. 퇴치제 등을 구입하기가 용이하지 않은 곳이다 

이후 시즌2 중남미 여행에서는 빈대에 물렸을 경우 그나마 적절히 대처할 수 있었다. 대도시에 도착하면 퇴치제를 구입할만한 약국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참고로 남미 아르헨티나쪽 이과수 지역 숙소에서 빈대 상처는 꽤나 오랜 시간 나를 괴롭혔다. 딱정이가 2번 떨어져야 나을 정도였다.


이미지 맵

funnyje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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